러시아의 강제이주 현황과 정책 전망: 드미트리 폴레타예프 박사 초청 강연회

슬랩첸코 바딤 (아시아연구소)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중앙아시아센터는 지난 12월 10일, 러시아의 강제이주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는 특별 강연회를 개최했다. 모스크바국립대학교 경제대학 수석연구원이자 이주연구센터 소장인 드미트리 폴레타예프 박사가 연사로 나서 러시아의 이주민 현황과 정책에 대한 최신 분석을 제시했다.

강연에서 폴레타예프 박사는 러시아의 이주민 관리 체계가 연방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내무부 산하 이민관리청(ГУВМ МВД России), 연방 국적청, 외무부 등 여러 기관의 협력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설명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2023년 말 기준 러시아 내 임시 피난민이 17,308명에 달하며, 이 중 84%인 14,527명이 우크라이나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러시아의 난민 수용 정책에서 특징적인 것은 ‘임시 피난민(временное убежище)’ 지위의 활용이다. 이는 정치적 박해로 인한 전통적 난민 지위와는 구별되는 것으로, 무력 분쟁이나 환경 재해 등으로 인한 강제이주민들에게 보다 유연하게 적용되는 체류자격이다. 실제로 많은 임시 피난민들이 추후 러시아 시민권을 취득하게 되는데, 이는 특히 우크라이나 출신 이주민들의 경우에서 두드러진다.

특별히 주목할 만한 것은 러시아의 ‘강제 실향민(вынужденные переселенцы)’ 제도다. 이는 본래 소련 해체 후 구소련 공화국들에 거주하던 소련 시민들 중 현지 국적 취득을 거부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였다. 현재는 러시아 국적을 가진 자 중 인종, 민족, 종교, 언어, 특정 사회집단 소속 또는 정치적 신념으로 인한 박해나 폭력을 피해 거주지를 떠난 이들에게 부여되는 지위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으로 피해를 입은 쿠르스크 주 주민들도 이 지위를 부여받고 있다. 2024년 기준 쿠르스크 주에서만 해도 약 15만 명의 러시아 시민들이 이 지위를 받아 접경 지역에서 대피한 상태다.

폴레타예프 박사는 강연을 통해 러시아의 이주정책이 단순한 인도적 지원을 넘어 인구문제 해결과 지역발전이라는 전략적 목표와 연계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동부 저개발 지역의 노동력 확보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돋보인다.

러시아의 난민 유입 전망과 관련해 폴레타예프 박사는 주목할 만한 변화를 지적했다. 아프리카, 시리아 등 기타 분쟁 지역 출신 난민들의 경우, 난민 지위 신청보다는 일반 노동이주 경로를 통한 시민권 취득이 더 유리한 상황이다. 실제로 러시아 이민법상 난민 지위는 시민권 취득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체류자격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가 향후 난민 수용에 있어 보다 선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을 취할 것임을 시사한다.

이번 강연은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러시아의 이주정책이 어떻게 변화하고 적응해가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였다. 더불어 한반도 주변 정세 변화에 따른 이주·난민 문제에 대비하는 데에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