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규제를 강화하는 유럽,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최아영 (아시아연구소)
유럽연합의회는 2024년 4월 유럽으로 유입되는 이민자와 난민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담은 이민·난민협정(Pact on Migration and Asylum)을 통과시켰다. 이 협정은 2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26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협정에 따라 국경 통제가 강화되며, 불법 이민자와 난민 신청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신속히 본국으로 송환될 수 있다. 또한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난민을 구금할 수 있는 규정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조치의 배경에는 유럽 내 난민 수 급증과 일부 지역에서의 난민 범죄율 증가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이와 함께 유입된 난민이 특정 국가에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회원국들로 하여금 난민 수용을 분담하거나, 수용을 거부할 경우 난민 1인당 2만 유로의 분담금을 지불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한편 폴란드와 헝가리는 이 협정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폴란드는 이미 대규모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협정이 자국에 과도한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2024년 10월 기준, 유럽에 거주하는 약 420만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 중 약 27%에 해당하는 983,880명이 폴란드에 거주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폴란드 국민의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과 보호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2024년 6월 바르샤바 대학교와 바르샤바 경제인문대학교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폴란드인들은 우크라이나 난민 아동들을 폴란드 학교에 받아들이는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측면에서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95%가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사회보장 혜택이 축소되어야 한다고 답했고, 61%는 전쟁이 끝난 후 우크라이나인들이 자신들의 조국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폴란드 정부는 2024년 하반기부터 우크라이나 난민 아동의 폴란드 학교 출석을 의무화하면서 학교에 다니는 경우에만 기존의 지원금 혜택을 유지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폴란드 외에 노르웨이도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정책을 조정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북유럽에서 가장 많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한 국가로 2024년 12월 현재 77,995명의 우크라이나 난민이 거주하고 있다. 2024년 9월 노르웨이 정부는 우크라이나 서부 등 노르웨이 이민청이 안전하다고 판단한 지역에서 유입되는 난민들에 대해 다른 국가 출신 난민들과 동일하게 개별적인 난민 심사 절차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난민 집단 거주 센터 외부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인구 560만 명의 노르웨이가 약 8만명에 가까운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하며 주택 부족과 복지 서비스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유럽연합은 2025년 3월에 만료될 예정이었던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임시 보호 기간을 2026년 3월까지 1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전황과 현지 상황을 고려해 임시 보호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유럽 내 반이민·반난민 정서가 확산되고, 각국의 복지 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혜택 축소와 새로운 우크라이나 난민 유입에 대한 제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우크라이나 난민을 자국 노동력으로 통합하려는 다양한 정책이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