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 “온정”에서 “피로감”으로?
김선희 (아시아연구소)
러-우 전쟁 시작 이후,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과 지원에 대한 폴란드내의 여론은 점차 변화했다. 전쟁 초입, 대규모로 난민이 유입되었을 당시 여론조사상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지원에 긍정적인 입장은 96%에 달했고, 그 해 말까지 약80%의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었다. 그러나 2023년에 들어서 이러한 추세는 점차 줄어들면서 폴란드 하원(Sejm) 선거 전인 2023년4월 여론조사에서는 ‘우크라이나 난민 지지’에 대한 긍정 답변이 53%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은 2022년 초 3%에서 2023년 4월에는 40%에 육박하게 되었다.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이러한 여론의 변화는 난민을 지원하는데 소요되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점차 증가하고,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빠른 시일 내에 해결 국면을 맞지 못하는데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것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폴란드는 2025년 1월 현재까지 약 150만명의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임으로써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한 모든 국가 중 가장 많은 수의 난민을 보호 중이다. 난민 수용에 쓴 비용 역시 가장 크게 부담하였다. 2022년 한 해에만 우크라이나 난민 및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군사지원 비용 등이 폴란드 전체 GDP의 약 4.9%를 차지했다(1).
난민 수용에 들어가는 직접적인 비용을 넘어서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중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머물게 되면서 발생하는 사회 통합의 여러 문제들도 존재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약 90만명의 노동인구가 폴란드 노동시장에 투입되었고 등록된 난민 인구의 40%정도를 차지하는 우크라이나의 취학기 아동들을 폴란드 교육 시스템으로의 수용하고 융합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거주, 교육, 보건, 생활에의 적응 등, 난민 수용 전반에 걸친 총체적 사회적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중 특히 가시적이었던 이슈는 우크라이나 무관세 곡물 수입으로 인한 부정적인 외부 효과였다. 전쟁 발발 이후 유럽은 우크라이나의 경제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유럽지역으로 들어오는 수입물품에 대한 관세를 전면적으로 철폐하였다(1). 무관세 정책에 힘입어 러시아의 공격으로 인해 흑해의 곡물 수출길이 막힌 우크라이나는 유럽을 경유하여 중동, 아프리카 등지로 농산물을 수출하려 하였으나, 중동부 유럽으로 유입되는 우크라이나 산 곡물은 이 지역의 농산물 가격을 크게 하락 시켰다. 이에 타격을 받은 폴란드 농민들은 대규모 시위를 조직하는 등 거세게 항의했고, 폴란드 정부는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에 대한 제한 조치와 농업 지원 정책을 내 놓았다. 유럽연합은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헝가리, 불가리아 5개국에 대하여 우크라이나 산 농산물의 일시적인 농산물 금수 조치를 취했으나 5개월만에 긴급수입제한조치를 폐지했고, 이에 반발한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는 자체적으로 곡물 수입 금지 조치를 연장하여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점차 형성되고 있는 소위 반(反)우크라이나 정서의 구체적인 양상을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자세히 살펴 보면 (1) 청년층, (2) 도서/농촌지역, (3) 낮은 교육 수준, (4) 자신의 경제적 상황으로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집단 등의 인구 및 지역의 카테고리에서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에 대한 긍정적인 지지가 더욱 뚜렷하게 돌아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청년층 내에서는 18-24세의 여성이 남성보다 더 현격히 부정적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난민 중 젊은 여성이 차지 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가운데 이들이 같은 고용시장에서 폴란드의 젊은 여성층과 경쟁하게 된 것을 반영하는 결과로 보인다. 요컨대, 증가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혹은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는 농촌지역, 청년, 젊은 여성층 등과 같이 러-우 전쟁으로 인해 그 사회경제적 파급효과의 부정적인 측면을 시간이 지남이 따라 보다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집단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에 대한 여론조사는 폴란드 여론조사 기관인CBOS (Public Opinion Research Center Foundation) (http://cbos.pl)의 발표 리포트를 참조하였음.
(1) 유럽연합 웹사이트 참조 (https://policy.trade.ec.europa.eu/eu-trade-relationships-country-and-region/countries-and-regions/ukraine_en)
(2) 폴란드 대통령실 사이트 발표 자료 참조 (https://www.president.pl/news/polish-aid-for-ukraine,93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