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국민 입국 심사: 셰레메티예보 공항의 엄격한 검열 절차
슬랩첸코 바딤 (아시아연구소)
2023년 10월부터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을 통해서만 러시아에 입국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에서 출입국 심사는 연방보안국(ФСБ) 산하 국경수비대가 담당하고 있으며, 이들에 따르면 이러한 제한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이는 러시아 당국이 자국 안보를 위해 도입한 새로운 정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테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입국 심사 과정은 매우 철저하게 진행되며, 일부 입국 희망자들은 심사 결과를 기다리며 수 시간에서 심지어 며칠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개인정보가 포함된 상세한 설문지를 작성해야 하며, 러시아 내 거주하는 친척 정보, 정보기관과의 접촉 여부, 전투 참여 경험 등을 상세히 기재해야 한다.
심사 과정에서 출입국 심사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입국자의 견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태도를 질문한다. 또한 입국자의 문신도 세밀히 확인하는데, 나치 상징물 문신이 발견될 경우 해당 입국자가 나치 이데올로기 추종자일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군 소속으로 러시아군에 대한 잔혹 행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인물을 식별하기 위해 국경수비대는 또한 입국자의 휴대전화를 검사하여 소셜 미디어 활동을 살펴보고, 필요한 경우 거짓말 탐지기 검사도 실시한다. 이와 함께 은행 거래 내역도 확인하여 우크라이나 군대에 대한 자금 지원 여부를 조사한다.
2023년 10월부터 2024년 10월까지의 통계에 따르면, 총 107,000명의 입국 희망자가 셰레메티예보 공항에 도착했으며, 이 중 83,000명(약 80%)만이 입국 허가를 받았다. 나머지 20%는 입국이 거부됐는데, 대부분의 경우 출입국 심사관들은 단순히 ‘입국이 거부되었다’는 사실만을 통보할 뿐이다. 입국 거부를 받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소셜 미디어 활동을 되돌아보며, 아마도 ‘반러시아적’ 게시물에 대한 ‘좋아요’가 거부 사유가 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수의 입국 거부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비교적 사소한 이유로도 입국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의 검열 시스템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많은 이들이 현재 러시아가 통제하는 지역에 있는 자신들의 집과 재산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입국 희망자들은 단순히 가족을 만나거나 자신의 재산을 관리하기 위해 입국을 시도하는 것으로, 실제로 러시아에 위협이 되지 않는 일반 시민들이다. 따라서 안보를 유지하면서도 더욱 효율적이고 인도적인 심사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