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된 난민: 우크라이나 난민과 폴란드 극우 정치의 역설
『슬라브학보』 40권 1호, 1-30.
본 연구는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대규모 난민 유입이 극우정치의 부흥을 촉진하지 못한 이유를 분석한다. 기존 연구에서는 난민과 이주민의 유입이 극우 포퓰리즘의 확산에 유리한 자양분을 제공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2022년도 러-우 전쟁 이후 난민의 유입과 함께 폴란드는 극우정치의 분열과 약화를 경험하였다. 본고는 폴란드에서 극우 선동 정치가 활성화 되지 못한 이유를 다음과 같은 구조적 환경에 극우 집권당인 법과정의당이 노정되어 있었기 때문임을 밝힌다. 첫째, 우크라이나 난민의 사회적 위상이 난민의 타자화라는 극우정치 전략에 이용되기에는 긍정적이었다. 둘째, 난민 유입으로 인한 사회 안보의 문제보다 러시아로 부터의 안보 위협이 정치적 논의의 중심이 되었다. 셋째, 기존 극우 지지층의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에 대한 높은 지지율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타자화하여 극우 정치의 자양분으로 삼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우크라이나 난민의 타자화가 법과정의당의 정치적 생존과 부합하지 않는 환경 속에서 당시의 법과정의당은 기존의 반이민, 반유럽정서를 활용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난민을 ‘우리’의 일부로 포용하는 담론을 새로 재정립하게 되었다. 본 연구는 난민 문제가 그 자체로 극우 정치의 촉진제가 되는 주요한 독립변수라기 보다는 특정한 구조적·환경적 조건들과 결합되어야만 극우 세력에게 유리하게 작동할 수 있는 하나의 요소임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