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체류에서 영구 정착으로? 우크라이나 난민 정책의 전환점

슬랩첸코 바딤(아시아연구소)

벌써 3년 넘게 지속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과 러시아에 머물고 있는 수백만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운명이 또다시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유로액티브(Euroactiv)와 도이체 벨레(Deutsche Welle)가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내년 6월 유럽연합 내무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미래에 대해 논의를 할 예정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2026년 3월까지 유효한 임시보호 체제 아래 유럽 각국에 흩어져 살고 있다. 이 제도는 그들에게 거주권, 일할 권리, 사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주고 있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이 제도를 계속 연장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들어 휴전 협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1년 후 체류 자격이 없어질 가능성이 발생함예 따라, 수백만 우크라이나인들은 실질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장기적으로 집을 계약하거나,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유럽 전역에 퍼져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은 지금 ‘공중에 매달린’ 듯한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으며, 유럽연합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주목할 만한 것은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경제적 기여도가 유럽 국가마다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폴란드, 체코,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같은 나라들에서는 대부분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이미 직장을 얻어 세금을 내고 있다. 폴란드 정부가 올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크라이나 난민들 덕분에 국가 GDP가 무려 1%나 늘었다고 한다. 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하지만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네덜란드와 같은 서유럽 국가들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이 나라들에서는 우크라이나 난민 중 고작 10-20%만 일자리를 갖고 있어, 이들이 경제적 자산이 아닌 부담으로 여겨지고 있다. 네덜란드만 해도 난민들을 받아들이긴 하지만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지난해 8월에는 위트레흐트에 있던 마지막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 센터마저 문을 닫았다.

임시보호 체제를 연장할지, 아니면 다른 대안을 마련할지에 관한 결정은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만장일치가 필요하다. 따라서 내년 6월에 열릴 내무장관 회의가 중요한 것이다. 유럽 정치 분석가들은 만약 회의 전까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 휴전 협정이 체결되지 않는다면, 임시보호 체제가 1년 더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편 많은 유럽 국가들은 이미 자국 사회에 잘 적응한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임시보호 상태에서 더 안정적인 법적 지위로 옮겨갈 수 있는 자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가령 폴란드는 자국에서 1년 이상 계속 거주한 모든 우크라이나인들에게 3년짜리 거주 허가증을 발급할 계획이다. 체코는 직업이 있고 아이들이 학교에 잘 다니는 가정에 영주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에서도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법적 지위와 관련한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에서 특별한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 2022년 8월 27일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러시아 연방 내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루간스크 인민공화국 및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법적 지위 임시 규정에 관한 법령」에 따라, 우크라이나 시민들과 도네츠크, 루간스크 공화국 시민권자들은 기간 제한 없이 러시아에 체류할 수 있었고, 입국 목적과 관계없이 노동 허가증 없이도 일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건강 검진, 지문 등록, 사진 제출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지난 3월 20일, 푸틴 대통령은 이 특별 체류 허가 제도를 폐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새로운 조치에 따르면 러시아에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 국민들 중 합법적인 체류 자격(임시 거주 허가, 영주권, 난민 지위, 임시 피난민 지위)이 없는 사람들은 2025년 9월 10일까지 자발적으로 출국하거나 자신의 법적 지위를 정리해야 한다. 이 기한이 지나면 법적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우크라이나인들은 불법 이민자로 간주되어 러시아에서 추방될 예정이다.

흥미로운 점은 러시아에 거주하는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아직까지 법적 지위를 확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 그들이 전쟁이 끝난 후 러시아에 남을지, 아니면 우크라이나로 돌아갈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는 지금, 러시아 정부는 이들이 하루빨리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길 바라고 있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인들을 중요한 인적 자원으로 여기고 특히 숙련된 기술자와 전문가들이 러시아에 정착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번에 시행된 변화된 정책은 정책 변화는 그들에게 결단을 촉구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유럽과 러시아 모두 이제는 우크라이나 난민 문제를 단순한 ‘임시 수용’이 아닌 ‘장기적 통합’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는 분명 난민 정책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할 시간을 주면서도, 동시에 수용국 사회에 완전히 통합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단순한 ‘난민’이 아닌 ‘새로운 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아니면 고국으로 돌아가 재건에 참여할지는 이제 그들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