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커지는 아프간 이민자에 대한 반감과 두려움
황의현(아시아연구소)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은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만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의 공용어인 다리어가 이란의 공용어인 페르시아어와 사실상 같은 언어로서 자유롭게 소통된다는 점으로 인해 많은 아프간인이 이란으로 이주했으며, 특히 아프가니스탄의 하자라(Hajara)인은 이란인 대부분과 같이 쉬아파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이란에는 약 500만 명에서 최대 800만 명에 달하는 아프간인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이란 전체 인구의 약 6~9%에 달한다.
이란에서 아프간 이주민은 인건비가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한다. 1980-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기간에는 이란인 남성들이 전장으로 나가 빈 자리를 아프간 노동자들이 채웠다. 그러나 정착한지 오래된 아프간인 가운데 경제적으로 성공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점차 이란 사회에서 아프간인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탈레반의 재집권에 따른 아프간인의 대규모 유입은 반아프간 감정을 더욱 악화시켰다. 2020년대 이후 이란에서는 아프간인을 노동시장에서 배척하고 불법 이민자에 대한 강경한 정책과 강제 송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으며, 모함마드 바게르 갈리바프(Mohammad Baqer Ghalibaf) 국회의장 등 고위 인사들은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고 폐쇄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주민이 일자리와 경제적 기회를 빼앗는다는 보편적인 반난민 정서는 이란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아프간인은 노동력뿐만 아니라 이란이 대외 군사 작전을 펼치는 데 활용하는 병력 자원이기도 하다. 시리아 내전 기간 이란은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거주권과 경제적 보상과 같은 혜택을 내걸고 시아파 아프간인 수천명을 모집해 파티미윤(Fatimiyoun) 부대를 구성해 시리아로 파병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아프간인에 대한 이란인들의 반감은 정치적, 사회적 성격도 띤다. 이란 이슬람 혁명 직후 이란 정부는 ‘이슬람에는 국경이 없다’는 기조 아래에 아프간인들을 수용했으며, 억압받는 무슬림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주장했다. 그러나 혁명 이념이 퇴색하고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가 더욱 중요해진 현재에 아프간인은 더 이상 환영받지 않는다. 이란 중산층 사이에서는 정부가 개혁 성향의 이란인을 견제하려는 수단으로 아프간인에 이란 국적을 부여해 친정부파로 만들고자 한다는 의혹과 두려움이 있다. 반대로 이란 정부는 아프간 순니파 이주민들이 잠재적인 위협 요인이 될 것을 우려한다. 이에 따라 이란 정부는 아프간인의 종교 활동을 규제하는 한편 이란 19개 주와 아프간 인근의 안보적으로 민감한 국경 도시에 아프간인의 거주를 금지하는 등 강력한 통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