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라 붙은 이스파한의 자얀데강
극심한 가뭄 시달리는 이란, 우르미야 호수는 고갈 직전 상태
황의현(아시아연구소)
이란에 극심한 가뭄이 닥쳤다. 9월 이란의 평년 강수량은 56mm이지만, 지난 9월 강수량은 단 1.9mm에 불과했으며 테헤란, 이스파한, 후제스탄 등 이란 21개 주에서는 거의 비가 내리지 않았다. 이란 전체 댐 저수량은 평년 수준의 약 40%에 그치며, 19개 댐은 저수량이 15%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고 북부 지역의 댐 가운데는 아예 완전히 말라버린 곳도 있다. 테헤란의 주요 상수원인 카라즈(Karaj) 댐의 저수량은 전체 댐 용량의 약 15%에 불과하다.
이란의 가뭄과 물 부족 문제는 최근 몇 년 더욱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이란은 지난 5년 동안 평균 강수량은 30% 감소한 결과 거의 매년 가뭄을 겪고 있다. 특히 테헤란은 여름에는 반나절 간 수도 공급이 중단되는 등 직접적인 물 부족의 영향을 겪고 있으며, 물을 절약하기 위해 앞으로 2년간 모든 건설 사업을 중단하는 방안까지 고려될 정도다.
지하수 고갈로 지반 침하 문제도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란 중부의 이스파한에서는 지반 침하로 학교 40곳이 폐쇄되었고 9월에는 한 주에만 세 곳에서 지반 침하 사건이 발생했다. 약 11억 제곱미터에 달하는 지하수를 주출해 농업 용수로 사용한 결과 이스파한과 인근 지역은 지하에 약 230억 제곱미터 크기의 공동(空同)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내를 흐르는 자얀데(Zayande)강이 마르고 지하수가 고갈되면서 10월 이스파한 시의회는 긴급 조치를 시행하지 않으면 45일 내로 물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의 가뭄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곳은 중동에서 가장 큰 염수호인 우르미야 호수다. 현재 우르미야 호수는 수량의 약 90%가 고갈되었고, 말라 붙은 호수 바닥에서 소금 바람이 인근 지역으로 불어 인근 농촌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했다. 호수 인근의 농민들은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자 농촌을 떠나기 시작했다. 고바르친갈레(Govarchin-Ghale) 마을의 경우 한때 470가구가 살았지만 지금은 130가구만 남았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더 많은 농촌이 버려질 것으로 전망한다. 호수가 완전히 고갈되면 600만 명에서 최대 1,500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영향을 받아 대규모 환경 이주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우르미야 호수의 위성사진(2025). 거의 말라 붙어 흰색 소금층만이 남았다.
우르미아 호수가 있는 동(東)아제르바이잔주 국회의원들은 중앙정부가 호수 고갈을 방치해 환경적, 사회적 재앙을 초래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의원들은 마수드 페제시키얀(Masoud Pezeshikian)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인근 댐에 저수된 물을 호수로 흘려보낸다는 계획은 여전히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정부가 호수로 흘러가야 하는 강물을 다른 지역으로 끌어다 써서 호수 고갈을 가속화했다는 불만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