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중앙아시아센터 이주·난민연구단은 2026년 2월 3일, 홍성원 영산대학교 북극물류연구소장(이하 홍 소장)을 초청해 「북극항로 개척과 당면과제」를 주제로 전문가 특별 강연을 개최했다. 홍 소장은 러시아 및 북극항로 분야를 오랜 기간 연구해 온 전문가로서, 러시아 내부 관점에서 본 북극항로의 실질적 운영 구조와 최근 변화, 그리고 한국이 직면한 기회와 한계를 중심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홍 소장은 강연 서두에서 북극항로가 단순한 ‘미래 가능성’이 아니라 이미 러시아 국가 전략 속에서 현실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물류·자원 수송 체계임을 강조했다. 러시아 정부는 북극항로를 자국 북극 지역에서 생산되는 가스와 석유 등 에너지 자원을 유럽과 아시아 시장으로 수송하는 국가 핵심 인프라로 정의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항만, 쇄빙선, 물류 운영체계를 중앙정부 주도로 재편해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2018년 이후 항만 국유화가 확대되고, 북극항로 운영 주체가 교통부에서 국영기업 로사톰(Rosatom) 중심으로 일원화되면서, 북극항로는 사실상 러시아가 실효적으로 관리하는 전략 통로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홍 소장은 러시아의 북극항로 전략이 단순한 통과(transit) 물류보다는 자국 자원 수송을 우선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러시아가 강조하는 ‘북극항로’의 개념은 국제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동북항로와는 차이가 있으며, 러시아 북극 지역 내 생산 자원의 외부 수송을 핵심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은 북극항로가 글로벌 자유항로로 발전하는 데 일정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연에서는 환경 규제와 기술 변화 역시 중요한 쟁점으로 다뤄졌다. 홍 소장은 국제해사기구(IMO)의 중유(HFO) 사용 규제, 해양 생태계 보호, 소음 및 탄소 배출 저감 요구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북극항로 운항은 기존보다 훨씬 높은 기술적·환경적 기준을 요구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일 유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북극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친환경 선박 기술이 북극항로 논의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국 조선업이 강점을 지닌 LNG 추진선, 암모니아선, 메탄올선 등 친환경 선박 분야는 향후 북극항로와 연계된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홍 소장은 동시에 중국의 빠른 진입과 공세적 투자로 인해 경쟁 환경이 한국에 결코 유리하지만은 않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북극항로를 ‘빙상 실크로드’의 일부로 인식하며 선박 건조, 물류, 금융, 기술 협력 전반에서 적극적으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이 명확한 전략 없이 접근할 경우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과거 여러 차례 정부·국회·국제회의에서 북극항로 관련 논의를 진행해 왔지만, 전쟁 이후 협력이 중단되면서 정책 연속성이 약화된 점도 현실적 한계로 언급했다.

강연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북극항로의 국제법적 지위, 러시아의 통제 강화가 국제 해운 질서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한국 정부와 기업의 현실적인 대응 전략을 둘러싼 질문이 이어졌다. 홍 소장은 북극항로가 형식적으로는 국제 항로의 성격을 일부 지니고 있으나, 실제 운용에서는 러시아의 행정·법적 통제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이 북극항로를 활용하거나 협력에 참여할 경우, 단순한 물류 논리를 넘어 러시아의 정책 구조와 제도적 환경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의 역할과 관련해 그는 “의지의 문제라기보다 현실 인식의 문제”라고 언급하며, 북극항로를 둘러싼 논의는 ‘우리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보다 ‘현재 어떤 구조가 작동하고 있는가’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보유한 조선·해양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친환경 선박, 해양 플랜트, 항만 기술 등 구체적 분야에서 단계적 접근을 모색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번 강연은 북극항로를 둘러싼 국제적 논의가 추상적 가능성이나 정치적 구호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운영 구조와 기술·환경·지정학적 제약 속에서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특히 러시아 내부 시각에서 북극항로의 성격과 한계를 짚어봄으로써, 향후 한국의 북극 정책과 해양 전략을 보다 현실적으로 재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한 점에서 의미 있는 자리였다.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중앙아시아센터는 앞으로도 북극과 유라시아 지역을 둘러싼 국제적 이슈를 다각도로 조명하는 학술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