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동토 지역의 기후 이주: 신화인가 현실인가

조명혜(아시아연구소)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중앙아시아센터 이주·난민연구단은 2026년 1월 13일 빅토리아 필리포바(Viktoria Filippova) 러시아과학원 시베리아지부 북방 소수민족 인문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을 초청해 「영구동토 지역의 기후 이주: 신화인가 현실인가」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개최했다. 강연은 러시아어로 진행되었으며, 러시아어–한국어 순차 통역은 최아영 선임연구원이 담당했다.

필리포바 선임연구원은 강연에서 기후변화와 인구 이동의 관계가 흔히 생각되는 것처럼 단순한 인과관계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시베리아의 영구동토 지역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지역이지만, 실제 주민 이동 양상을 보면 기후 요인만으로 대규모 이주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구동토 지역의 기후 변화가 주민 생활에 분명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대규모 인구 이동을 촉발할 만큼의 ‘임계점’에 도달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강연에서는 사하공화국(야쿠티아)을 중심으로 진행된 장기 설문조사 결과가 소개되었다. 연구에 따르면 산불 증가, 영구동토층 융해, 급격한 기온 변화 등 다양한 환경 변화가 주민들에게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이주 의향을 묻는 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약 37.6%만이 이주 의향이 있다고 답했으며, 약 절반에 가까운 주민들은 러시아 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특히 야쿠티아를 떠나겠다고 답한 사람들의 주요 동기는 기후 변화보다는 교육, 고용, 생활 환경 등 사회·경제적 요인과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영구동토 지역에서 나타나는 이동은 외부 지역으로의 대규모 이주보다는 지역 내부 이동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야쿠티아 북부나 극북 지역에 거주하던 주민들이 상대적으로 생활 여건이 나은 중앙 야쿠티아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이동은 기후 변화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이라기보다 기존 정주 구조와 생계 방식이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나타나는 조정적 이동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사 결과에서는 성별과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이주에 대한 태도에서도 차이가 나타났으며, 여성 응답자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이주 의향을 보이는 경향도 확인되었다.

필리포바 선임연구원은 영구동토 지역에 거주하는 다양한 북방 소수민족들의 전통적인 생계 방식도 소개했다. 사하(Sakha)인의 말 사육과 목축, 순록 유목민들의 툰드라 기반 이동 생활, 러시아계 정주민들의 어업 중심 생계 등은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오랜 시간 유지되어 온 생활 방식이다. 그는 이러한 전통적 생계 체계가 기후 변화로 인해 점진적인 압박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지역 사회의 정주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