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중앙아시아센터는 2026년 2월 13일 금요일, 디나라 케멜로바(Dinara Kemelova) 산악지역 발전을 위한 5개년 행동 대통령 특별대표(전 주한 키르기스공화국 대사)를 초청해 「지속가능한 산악 발전: 키르기스 공화국의 산악 지역 이니셔티브와 글로벌 협력」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개최했다. 강연은 영어로 진행되었으며, 질의응답은 영어와 러시아어로 이루어졌다.

케멜로바 특별대표는 2023–2027년을 대상으로 추진 중인 ‘산악 지역 발전을 위한 5개년 행동(Five Years of Action for Mountain Development)’의 배경과 주요 목표를 소개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키르기스공화국 영토의 약 96%가 산악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산악 지역은 국가의 수자원, 에너지 자원, 생물다양성의 핵심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산악은 지구 전체 육지 면적의 약 27%를 차지하고, 약 12억 명이 직접 거주하며, 하류 지역을 포함하면 약 20억 명이 산악 수자원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산악 지역은 단순한 지리적 공간이 아니라 기후 조절, 생태계 유지, 식량 안보와 직결된 전략적 공간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기후변화가 산악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키르기스공화국의 빙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빙하 면적은 약 16% 줄어든 반면, 빙하 융해로 인해 형성된 빙하호수는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홍수와 산사태 등 자연재해 위험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수자원 고갈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이중적 위협이라고 설명했다. 산악 지역에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는 평지보다 훨씬 높은 비용과 기술적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산악 공동체는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집단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국제 기후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키르기스공화국은 유엔 차원에서 산악 의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해 왔다. 2002년 ‘국제 산의 해(International Year of Mountains)’ 선언 이후 산악 파트너십(Mountain Partnership)이 창설되었으며, 2022년에는 ‘지속가능한 산악 발전의 해’가 선포되었다. 나아가 유엔 총회는 2023–2027년을 ‘산악 지역 발전을 위한 5개년 행동’ 기간으로 채택하였다. 케멜로바 특별대표는 이러한 국제적 결의가 상징적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국가 차원의 로드맵과 정책 이행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5개년 행동의 주요 목표는 산악 주민의 생활 여건 개선, 재난 위험 경감과 기후 대응, 산악 생태계 보호, 국제 및 지역 협력 강화에 있다. 그는 특히 산악 지역 주민들이 깨끗한 식수, 에너지, 의료, 교육, 인터넷 등 기본 서비스에 충분히 접근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지속가능한 산악 발전은 환경 정책이자 동시에 사회·경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키르기스공화국은 유기농 농업, 생태관광, 지역 기반 관광, 전통 수공예 산업 등을 육성해 산악 지역 내 일자리와 소득 기반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도 중요한 축으로 제시되었다. 빙하, 수자원, 산림, 생물다양성은 국경을 초월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카자흐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인접국과의 공동 대응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기후변화 대응, 재생에너지 확대, 산림 복원, 생태회랑 구축 등에서 한국을 포함한 국제 파트너와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의 녹색성장 정책, 재생에너지 기술, 지질공원(UNESCO Global Geoparks) 운영 경험은 키르기스공화국의 산악 지역 정책에 유의미한 협력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글로벌 기후정책의 향방과 산악 국가의 전략적 선택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었다. 특히 최근 일부 국가에서 기후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 기조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산악 국가가 어떤 노선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의가 있었다. 이에 대해 케멜로바 특별대표는 기후 대응과 경제 발전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저탄소 전환과 재생에너지 확대가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악 국가의 경우 기후위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 경제 논리보다 생태계 보전과 재난 대응 역량 강화를 우선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질문에서는 산악 지역 교통 인프라 개발과 관련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친환경 산악 철도 시스템과 터널 기술을 활용한 협력 가능성을 제안하였고, 이에 대해 케멜로바 특별대표는 키르기스공화국이 남북을 연결하는 철도망 구축과 중국·우즈베키스탄을 잇는 전략적 철도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산악 지형 특성상 철도 및 친환경 교통 인프라가 지속가능한 발전의 핵심 요소가 될 수 있으며, 한국과의 기술 협력 가능성에 관심을 표명했다.

강연을 마치며 케멜로바 특별대표는 2027년 개최 예정인 제2차 글로벌 산악 정상회의(Global Mountain Summit +25)에 대한 국제적 참여를 요청하며, 산악 의제가 기후변화와 지속가능발전 논의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악 지역은 단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기후 대응과 녹색 전환의 핵심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번 강연은 중앙아시아 산악 국가의 경험을 통해 기후변화와 지속가능발전, 국제협력의 교차 지점을 조망하는 자리였으며, 한국과 키르기스공화국 간 환경·인프라·기후정책 협력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