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생태정상회의(RES 2026)와 중앙아시아의 기후변화 공동 대응

최아영(아시아연구소)

2026년 4월 22일부터 24일까지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공동의 비전’(Shared Vision for Resilient Future)을 주제로 한 지역생태정상회의(RES 2026: Regional Ecological Summit 2026)가 개최되었다. RES 2026에는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들을 중심으로 아르메니아, 몽골,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등 인접국 정상 및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했으며, UN 18개 기관을 포함한 국제기구와 약 50여 개국의 대표단이 참여했다.

RES 2026은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이 2023년 제78회 유엔총회에서 제안한 구상에서 출발했다. 당시 토카예프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은 기후변화가 초래한 위기에 대응하면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중앙아시아 지역이 글로벌 환경 위기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지역생태정상회의에서는 기후 변화 적응을 위한 전환, 식량 안보, 생태계 보호, 천연자원 관리 등 8대 핵심 의제가 논의되었다. 이는 중앙아시아 5개국이 함께 경험하고 있는 기후변화와 환경 재해로 인한 절박한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2024년 카자흐스탄 서부 지역에서는 대규모 홍수로 인해 약 11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우즈베키스탄은 아랄해 사막화라는 장기적 재난에 직면해 있다. 키르기스스탄의 빙하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16%나 사라졌고, 2100년까지 최대 80%를 잃을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되고 있다. 타지키스탄은 세계 최악 수준의 대기오염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RES 2026의 중요한 성과는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들이 ‘중앙아시아의 생태적 연대’(Ecological Solidarity of Central Asia)를 위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한 것이다. 공동선언문은 수자원 관리 (아랄해, 카스피해, 주요 강 유역), 빙하 및 산악 생태계 보호, 토지 황폐화·사막화 대응, 대기오염 및 재난 위험 감소를 위해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지역 협력을 제도화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특히 물 문제는 RES 2026의 핵심 의제였다. RES 2026이 열린 시기에 아랄해 보호를 위한 국제기금(IFAS: International Fund for Saving the Aral Sea) 설립국 정상회의도 아스타나에서 함께 개최되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회의에서 3월 26일을 ‘국제 아랄해의 날’로 지정하기로 결의했고, 토카예프 대통령은 시르다리야강과 아무다리야강 유역에 통합 디지털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2010년대 후반부터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자원, 특히 수자원을 둘러싼 경쟁적 시각에서 벗어나, 기후변화와 환경 위기를 지역 공동의 위협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RES 2026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기후변화와 환경·생태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을 중앙아시아 5개국 차원뿐 아니라 국제적 차원의 협력으로 제도화한 중요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RES 2026은 ‘비르 타미르’(Бір Тамыр), 즉 ‘하나의 뿌리’라는 콘셉트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구상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지리적‧역사적‧문화적으로 연결된 운명 공동체로 인식되고 있음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번 아스타나에서 개최된 지역생태정상회의는 현재 중앙아시아의 지역협력이 가장 가시적으로 실현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기후 및 환경변화에 따른 공동 대응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