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담론과 제도: 러시아 종교 규제 강화의 담론적 조건, 2010–2019
김선희, 『중소연구』50권 1호, 99-150.
본 연구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러시아 종교법 개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입법 정당화 언명을 분석함으로써, 정치 담론과 종교 정책 간 관계를 경험적으로 검토한다. 기존 연구는 종교 규제를 국가-종교 관계, 지배 종교와의 연합, 또는 안보 위협 대응의 관점에서 설명해 왔으나, 특정 시점에서 규제가 집중적으로 강화되는 현상과 그 제도적 전개 과정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이에 본 연구는 러시아 대통령 연설을 기반으로 재구성한 지배적 정치 담론과, 종교법 개정 과정에서 제시된 정당화 언명을 교차 분석하는 질적 문헌 분석을 수행하였다. 분석 결과, 종교법 개정은 단순한 행정적 조정이 아니라, ‘정부 효율성’, ‘국가관리사회’, ‘반극단주의’, ‘반테러’ 등 다양한 담론이 결합된 다층적 정당화 구조 속에서 점진적으로 변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이러한 담론들은 종교법 개정의 정당화 언명에서 반복적으로 소환되는 방식으로 정책 변화와 구조적인 공명을 이루며, 담론과 정책 변화 간의 체계적 관계가 있음을 시사하였다. 나아가 종교단체 설립자 자격 규제 사례 분석을 통해, 이러한 다층적 담론과 결합한 종교 규제가 사후적 처벌이 아닌 예방적 통제로 제도화 되는 경향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는 러시아의 보다 강화된 종교 규제를 특정 집단에 대한 의도된 억압으로 환원하지 않고, 정책 변화와 담론 간의 구조적 공명 관계를 분석함으로써, 권위주의 체제에서 담론이 정책 형성과 맺는 관계를 분석하는 시각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