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사회 난민의 현실과 난민인정제도 개선의 방향
이준혜(아시아연구소)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중앙아시아센터 이주·난민연구단은 2026년 9월 8일 공익법센터 어필(APIL)의 이종찬 변호사를 초청해 「한국사회 난민의 현실과 난민인정제도 개선의 방향」을 주제로 제13회 교육프로그램을 개최했다. 이종찬 변호사는 난민협약과 난민법을 비롯해 제도적 틀이 한국에 갖춰져 있음에도 난민인정제도의 실제 운영에서 난민 신청자의 입국과 심사, 그리고 불복 절차 전반에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고 지적하였다. 강연은 먼저 어필의 법률 지원을 통해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례를 조명하여 한국 제도의 현실을 살펴보았다.
본국 귀환 시 박해 위험이 분명함에도 출입국 단계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례가 상당수였으며 이들은 법원 소송을 거친 후에야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이종찬 변호사는 한국의 행정 심사가 난민의 보호 필요성을 충분히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찬 변호사는 한국의 낮은 난민 인정률이 단순히 난민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신청자가 많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강조하였다. 2025년까지 한국의 난민 신청은 누적 약 13만 건에 이르는데 이중 난민인정자는 1,600여 명에 그친다. G20 중에서도 최하위권을 기록하는 한국의 낮은 난민 인정률은 외국의 사례 및 제도와의 비교를 통해 연구될 수 있을 것으로 제시되었다.
강연에서는 한국에서 난민을 신청하는 두 가지 경로가 소개되었다. 국내 체류 중 신청하는 일반 난민인정 심사와 입국 단계에서 신청하는 출입국항 난민인정 심사가 있다. 전자는 심사 인원이 부족하여 업무가 적체되며 난민 불인정으로 압착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일반 난민인정 심사는 정식 본안심사를 전제로 하는 한편, 후자는 불회부가 결정되면 본안심사의 자격이 없어지므로 국경에서 입국을 통제하는 수단처럼 운용되고 있다. 이때 난민심사 회부율과 불회부 취소소송에 대한 승소율 간의 모순이 포착된다. 법원은 불회부 사유가 명백한 경우에 한해 불회부 할 것을 법리로 내세우고 있으나 공항에서 대다수가 난민심사에 회부되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난민 신청자들은 강제송환의 위험에 놓이거나 공항에 장기간 머무르게 된다.
공항에 체류하는 난민 신청자들의 처우 역시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었다. 불회부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려면 신청자는 수개월 동안 공항의 출국대기실에 머무르며 사실상 구금을 감수해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신청자는 야외 활동, 수하물로의 접근, 충분한 생활공간 등을 보장받지 못하며 일상에 심각한 제약을 겪게 된다. 또한 주요 서식이 한국어로만 작성되어 있으며 신청자를 위한 통·번역 및 법률 지원이 미비한 점도 난민 신청 과정의 큰 장애로 제시되었다.
이종찬 변호사는 제도를 정비함으로써 현행 제도의 한계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하였다. 난민 심사 인력을 확충하고 난민 신청 단계에서 통·번역을 지원하며 국선변호를 제도화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아울러 박해 가능성이 명백히 있는 신청자에 대해 신속하고 보호 중심적인 ‘포지티브(인용 중심) 신속심사’가 도입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나아가 공항의 별도 시설에 출국대기실을 설치해 난민 신청자의 인간다운 생활이 보장될 필요가 강조되었다. 끝으로 난민 제도의 ‘남용’을 우려하기에 앞서 현재 한국의 난민 보호 체계가 얼마나 신뢰할 만한 것인지 질문해 보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