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기후에 적응할 수 없는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가
슬랩첸코 바딤(아시아연구소)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적응 격차 보고서 2025」의 부제는 ‘Running on Empty’, 즉 ‘연료가 바닥난 채 달리고 있다’이다. 보고서가 던지는 메시지는 각국의 경제와 제도가 기후변화가 몰아치는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사회는 여전히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C보다 훨씬 낮게, 가급적 1.5°C 이내로 억제한다는 목표를 공식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환경계획의 보고서는 현재의 탄소 배출 추세와 적응 속도로는 1.5°C 시나리오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진단한다. 그동안의 논의가 ‘언제, 얼마나 더워질 것인가’에 머물러 있었다면, 이제 던져야 할 질문은 달라야 한다. ‘누가, 누구의 비용으로 이 새로운 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할 때 인 것이다.
보고서가 제시하는 숫자는 이 질문의 심각성을 잘 드러낸다. 개발도상국이 2035년까지 기후 적응에 필요로 하는 재원은 매년 최소 3,100억 달러로 추산된다. 각국이 국가결정기여(NDC)와 국가적응계획(NAP)에 직접 밝힌 수요를 기준으로 하면 2023년 가격 기준 연간 3,650억 달러까지 늘어난다. 반면 2023년 개발도상국에 실제 지원된 국제 적응 재원은 260억 달러에 불과했으며, 그마저도 전년도(280억 달러)보다 줄어들었다. 필요액의 가장 보수적인 추정치와 비교하더라도 12배에서 14배에 달하는 거대한 간극이 존재한다. 적응 수요는 폭발적으로 커지는데, 정작 공적 지원은 뒷걸음질 치고 있는 셈이다.
이 수치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적응이란 결국 사람들이 살던 터전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토지와 수자원, 도로와 주거 환경을 새로운 기후에 맞게 체질 개선하는 일이다.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지역에서는 재난이 반복될 때마다 삶의 기반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결국 남는 선택지는 ‘터전을 떠나는 것’뿐이다. 보고서가 인구 이동을 직접적 숫자로 산출하지는 않았지만, 적응 재원의 결핍은 머지않아 ‘기후 이주’라는 통제하기 힘든 압력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에서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는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지만, 그 내재된 논리는 두 지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러시아의 기온 상승 속도는 세계 평균보다 약 2.5배 빠르며, 인프라와 자원 개발, 물류에 투입된 자본의 상당 부분이 영구동토층, 북극 연안, 남부 곡창지대 등 기후 변화에 매우 취약한 지역에 묶여 있다. 북극항로와 수출 물류에 의존하는 에너지·운송 부문, 가뭄과 이상 강수에 동시에 노출된 농업, 과거의 기후를 전제로 설계된 도시 기반시설, 그리고 기후 위험 자산을 담보로 잡은 금융 부문 전체가 심각한 비용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후 위험은 단일 국가의 국경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프라와 금융의 위기를 넘어, 삶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인 ‘물’을 둘러싼 위기와 이주 압력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공간이 바로 중앙아시아다. 타지키스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UNEP의 중앙아시아 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타지키스탄의 기온 상승 속도는 세계 평균의 두 배에 달하며, 1만 4천여 개에 이르던 빙하 중 이미 1천 개 이상이 완전히 소멸했다. 이는 단지 한 나라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파미르 고원의 빙하는 중앙아시아의 젖줄인 아무다리야강의 핵심 수원이며, 타지키스탄 전체 전력의 95%를 담당하는 수력발전 역시 이 물에 의존한다. 상류의 빙하가 줄어들면 하류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의 목화밭과 밀밭이 먼저 바짝 말라간다. 그 물길의 끝에는 이미 수면 대부분을 잃고 사막으로 변한 아랄해가 있다. 카라칼팍스탄 주민들이 겪어 온 염분 먼지와 생계 붕괴, 그리고 이어진 인구 유출은 환경 파괴가 어떻게 사람을 떠나게 만드는지 수십 년에 걸쳐 증명해 왔다. 이미 해외 노동 이주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이 지역에서 물과 농업의 위기가 겹친다면, 경제적 이주와 기후 이주의 경계는 무의미해질 수 밖에 없다.
적응은 더 이상 단순한 환경 정책의 한 항목이 아니다. ‘누가 제자리에 머물 수 있고, 누가 떠나야 하는가’를 가르는 생존의 문제다. 오늘의 적응 재원 부족은 내일의 대규모 이주와 난민 문제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 치르지 않은 비용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훨씬 더 비싼 청구서가 되어, 국경을 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