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스페인은 그들을 돌려보냈나
김선희(아시아연구소)
지난 7월 말, 모로코 북부 해안에서 수만 명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목적지는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세우타(Ceuta)였다. 세우타는 아프리카 대륙에 있지만 스페인 영토인 자치도시로, 인근 멜리야와 함께 유럽연합(EU)이 아프리카에 가진 유일한 육상 국경이다. 7월 30일부터 이틀간 이곳에 들어온 인원은 스페인 정부 추산 5만~6만 명, 일부 후속 집계로는 7만 명을 넘는다. 상당수는 방파제를 돌아 헤엄쳐 국경을 넘었다. 평소 인구 8만 명 남짓한 도시에 하루 만에 비슷한 규모의 사람이 몰려든 것이다. 수용시설은 금세 포화됐고, 신원확인과 의료지원, 미성년자 보호체계는 사실상 마비됐다.
발단은 스페인 대법원 판결이었다. 대법원은 헤엄쳐 도착한 사람은 국경 차단시설을 넘은 것이 아니므로 개별 절차 없이 즉시 돌려보내는 ‘현장송환’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 판결이 SNS를 거치며 “헤엄쳐 들어가면 추방되지 않는다”, “스페인 국경이 열렸다”는 소문으로 바뀌었다. 경제난과 청년층의 좌절, 잔잔한 여름 바다, 온라인의 잘못된 정보가 맞물리며 집단 이동이 폭발했다.
이들을 모두 ‘난민’으로 부르기는 어렵다. 빈곤과 실업을 피해 온 이들, 가정폭력이나 정치적 박해를 호소하는 이들, 보호자 없는 미성년자와 수단 등 분쟁지역 출신 난민 신청자가 뒤섞여 있었다. 그러나 수만 명이 한꺼번에 밀려들자 정부는 이들을 가려낼 행정 능력을 잃었고, 대부분은 단기간에 모로코로 돌아갔다. 정부는 상당수가 자발적으로 귀환했다고 밝혔지만, 일부 이주민과 인권단체는 충분한 정보도, 난민 신청 기회도 없이 사실상 송환됐다고 반박한다.
스페인은 왜 이렇게 서둘러 돌려보냈을까. 표면적인 이유는 수용능력의 한계였다. 수만 명을 도시에 붙잡아 두면 주거와 위생, 의료, 치안, 아동보호체계 전반이 무너질 수 있었다. 체류 근거가 없는 성인부터 돌려보내고 한정된 역량을 미성년자와 난민 신청자에게 집중한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였다. 그러나 송환의 속도와 방식을 결정한 것은 행정보다 정치였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의 사회당 정부는 유럽에서 비교적 친이민 성향으로 꼽혀 왔다. 올해는 이미 스페인에서 살며 일하던 미등록 이주민에게 한시적 체류·노동 자격을 주는 특별 합법화도 시행했다. 보수 국민당(PP)과 극우 정당 복스(Vox)는 세우타 사태를 바로 이 정책이 낳은 ‘유인 효과’라고 몰아붙였다. 특별 합법화는 세우타 입국자에게 적용되지 않았고 신청도 사건 전에 마감됐다. 하지만 해안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이미지 앞에서 사실관계는 힘을 잃었다.
복스는 한발 더 나아가 이 장면을 ‘인도주의 위기’가 아닌 ‘침공’으로 규정했다. 정부가 이주민을 보호하거나 본토로 이송하면 불법 입국에 보상을 주는 꼴이라는 주장도 폈다. 이 프레임은 복스 지지층을 넘어 중도와 일부 진보 유권자에게까지 파고들었다. 국민당 역시 우파 표를 복스에 빼앗기지 않으려 더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우파 전체가 ‘통제 실패’를 정부 공격의 핵심 의제로 삼으면서, 사회당 정부는 사람을 보호하는 정부이기 전에 국경을 통제할 수 있는 정부임을 증명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극우가 집권하지 않았어도 극우의 언어가 정부의 선택지를 좁힌 것이다.
이 압력을 키운 것은 세우타라는 장소의 특수성이었다. 모로코는 세우타와 멜리야를 식민 잔재로 보고 영유권을 주장해 왔다. 2021년에도 양국 외교 갈등 와중에 모로코가 국경 단속을 늦추자 수천 명이 세우타로 넘어온 전례가 있다. 이번 사태를 모로코 정부가 조직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많은 스페인인은 이를 자국 영토에 대한 압박으로 받아들였다. 대규모 입국을 용인하는 것은 곧 영토 출입조차 통제하지 못한다는 고백이자, 모로코가 이주민 흐름으로 스페인을 흔들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었다. 신속한 귀환과 사건 직후 바다 위에 설치한 부유식 장벽은 유권자를 향해 “국경은 여전히 작동한다”고 보여주는 주권의 시연이었다.
유럽의 시선도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세우타는 EU의 외부 국경이기도 하다. 다른 회원국들은 이주민이 스페인 본토를 거쳐 자국으로 넘어올 가능성을 우려했고, 스페인 정부는 그런 ‘2차 이동’은 없다고 거듭 해명해야 했다. EU 역시 난민 심사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신속한 귀환과 프론텍스(Frontex)의 국경·송환 기능 강화를 요구했다. 유럽 난민정책의 무게중심이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통제하고 돌려보낼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는 방증이다.